비문학 독서법

철학적 글 읽는 법: 개념과 논리를 파악하는 기술

큐리노트 2025. 7. 11. 18:24

철학적 글을 마주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부터 떠올립니다. 글이 어렵게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낯선 개념과 추상적인 문장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철학을 ‘정답이 없는 학문’, 혹은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로 인식하곤 하지만, 철학적 글의 핵심은 오히려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개념이 어떤 논리적 관계로 전개되는지를 분석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철학적 글 읽는 법

 

철학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해 왔습니다. 즉, 철학적 글은 세상의 본질, 존재의 의미, 윤리의 기준 등 다양한 문제를 언어로 다루며, 단순한 감정이나 직관이 아닌 논리와 개념을 중심으로 사유하는 글쓰기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적 글은 문학이나 기사처럼 서사나 정보 중심이 아니라, 추상적 개념과 주장의 논리적 연결 구조를 중심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철학적 글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개념 이해와 논리 구조 파악을 중심으로 한 독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철학적 문장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실제적인 독해 기술과 함께, 철학적 사고를 훈련하는 습관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철학은 어려운 글이 아니라, 다만 다르게 사고하는 글입니다.

 

철학적 글의 핵심은 ‘개념 정의’와 ‘개념 간 관계’입니다

철학적 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개념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철학자들은 단어 하나를 매우 엄격하게 정의하며, 그 정의를 바탕으로 사고를 전개합니다. 따라서 글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전체 글의 흐름이 막히게 됩니다.

1. 철학자들은 일상어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철학자들이 사용하는 개념은 종종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와 다르게 정의됩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단순한 기분이나 감정이 아닌 ‘인간의 목적과 기능을 완성한 상태’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철학적 글을 읽을 때는 단어에 대한 기존의 감각을 내려놓고, 글 안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를 따라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독서 전략

  • ‘~이란’, ‘~을 말한다’, ‘~라고 본다’ 등의 정의 표현을 중심으로 문장을 나누어 보세요.
  • 같은 개념이 반복될 경우, 그때마다 미세한 의미 차이가 있는지 주목해 주세요.
  • 글쓴이가 기존 개념을 비판하면서 새롭게 제시하는 개념 정의 구조에 주목해야 합니다.

2. 철학은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는 학문입니다

철학적 글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개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 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자유’라는 개념과 ‘책임’이라는 개념을 연결하여,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한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때 독자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첫째, “이 글에서 어떤 개념이 중심인가?”
둘째, “이 중심 개념은 어떤 논리적 구조로 다른 개념과 연결되는가?”

사례 설명
칸트의 도덕 철학에서 ‘선의지’라는 개념은 ‘의무’와 연결되고, 그 의무는 ‘보편적 법칙’이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이때 독자는 선의지 → 의무 → 법칙이라는 개념의 논리적 고리를 추적해야 글의 중심 주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 글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3단계 독서 전략

철학 글을 구조적으로 해석하려면 단순히 ‘글을 많이 읽는 것’보다, 글의 전개 방식과 논리 흐름을 추적하는 논리 중심 독서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3단계 전략은 철학적 글의 핵심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단계: 중심 개념과 명제를 식별해 주세요

철학적 글의 대부분은 중심 명제 하나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합니다. 이 중심 명제는 글의 시작 혹은 전환 지점에서 명시되며, 전체 글의 핵심을 이룹니다.

실천 전략

  • 글에서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문장을 찾으세요. “우리는 어떤 경우에 자율적이라 할 수 있는가?”처럼 질문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중심 명제는 보통 “~이다” 또는 “~해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구성됩니다.
  • 중심 개념이 정의된 문장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여백에 짧게 정리해 보세요.

2단계: 주장과 근거의 논리 구조를 분석하세요

철학적 글은 중심 주장에 대해 수많은 근거와 사례, 반례, 재반박을 통해 논리를 발전시킵니다. 이때 독자는 논리 구조를 시각적으로 정리하거나 도식화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시 구조

  • 주장 A: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다.
  • 근거 B: 이성은 자기 결정의 능력을 포함한다.
  • 결론 C: 따라서 인간의 자유는 이성적 자기 결정에서 비롯된다.

도식화 연습
A → B → C
이처럼 글의 흐름을 화살표로 정리하면, 복잡한 문장 구조 속에서도 논리의 핵심 흐름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3단계: 반론 구조와 글쓴이의 대응 방식을 분석하세요

철학적 글은 주장을 제시한 뒤, 그에 대한 반론을 소개하고 이를 다시 반박하는 ‘변증법적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구조를 정확히 읽는 것이 독해의 핵심입니다.

실천 전략

  •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반대로 볼 수도 있다” 등으로 시작되는 문장은 반론의 신호입니다.
  • 이어지는 문장에서 글쓴이는 그 반론을 인정하거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을 강화합니다.
  • 이러한 흐름을 따라갈 때는 주장 – 반론 – 재반박의 구조를 선으로 연결해 보세요.

 

철학적 글 읽기는 사고를 정제하고 삶을 재해석하는 훈련입니다

철학적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어려운 문장을 해석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개념을 명확히 하고, 논리를 따르고, 자기 생각을 정제하는 과정입니다. 철학은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다루지만, 그것을 감성이나 직관이 아닌 이성의 언어로 다루는 학문입니다.

이제 철학적 글을 마주했을 때, ‘어렵다’고 느끼기보다 ‘개념과 논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자’는 마음으로 접근해 보시기 바랍니다. 철학자들은 단순한 문장을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의미 있는 단어를 선택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며, 독자가 깊이 사고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글을 씁니다.

철학 글을 꾸준히 읽으며 개념과 논리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글쓰기, 말하기, 비판적 사고, 의사 결정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훨씬 정제된 사고력과 표현력을 얻게 됩니다. 철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질문하고,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철학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