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과거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한 대로 하루 수백 개의 뉴스 기사, 블로그 글, 보고서, 정책 자료 등을 접할 수 있고, SNS에 떠도는 짧은 문장 하나에도 수많은 논리와 주장,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텍스트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단순히 글을 ‘읽는다’는 수준을 넘어서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독서 능력, 즉 사고력을 전제로 한 독서 방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독서를 하면 사고력이 향상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독서가 어떤 종류인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히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논리적인 사고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지는 않습니다. 사고력을 진정으로 훈련시키는 독서법은 ‘비문학 독서’, 그중에서도 논리 기반의 분석적 독서입니다.
이 글에서는 ‘비문학 독서’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 논리적 사고 능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교육학적·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문학 독서와는 다른 성격의 독서가 어떻게 뇌의 사고 구조를 바꾸고, 삶에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더해주는지를 이해하신다면, 독서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비문학 독서란 어떤 사고를 훈련하는가?
비문학 독서는 그 자체가 논리적 사고 훈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글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분류하고, 핵심을 추출하며, 글쓴이의 논리를 평가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일련의 인지적 행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윌링햄(Daniel Willingham)은 읽기란 단순히 시각적 활동이 아닌, 인지적 구조의 활성화이며, 특히 비문학 읽기를 통해 인간은 추론력과 판단력을 기른다고 말했습니다. 글 속에 담긴 주장의 논거를 평가하거나, 통계와 사실 사이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능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의사결정,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에 그대로 연결됩니다.
비문학 독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인지적 사고 기능이 작동합니다: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
- 주제문, 세부 근거, 예시 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합니다.
- 어떤 정보가 핵심인지, 어떤 근거가 설득력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분해합니다.
논증 평가 능력(Argument Evaluation)
- 글쓴이의 주장이 어떤 논거를 바탕으로 제시되었는지를 파악하고, 그 타당성을 평가합니다.
- 이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의 핵심 요소입니다.
추론(Inference)
- 글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맥락 속에서 유추합니다.
- 예: “A 기업은 제품을 회수했다”라는 문장에서 독자는 해당 제품에 문제가 있었음을 추론합니다.
통합(Synthesis)
- 여러 문단의 정보를 통합하여 전체 흐름과 목적을 파악합니다.
- 이는 장문 독서, 정보 분석, 복잡한 문제 해결에 중요한 기능입니다.
교육학자 윌리엄 그래이브스는 이러한 과정을 "단순 읽기(literal reading)"에서 "해석적 읽기(interpretive reading)" 그리고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로 발전해 가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비문학 독서는 단순 정보 습득에서 멈추지 않고, 뇌의 논리적 사고 회로를 자극하는 ‘인지적 근육 강화 훈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 독서와 비문학 독서가 사고에 미치는 차이
문학 독서도 사고력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은 감정적, 직관적, 상상력 중심입니다. 반면 비문학 독서는 논리적 사고 중심의 읽기로, 텍스트 내외의 정보를 객관적으로 조작하고 통제하는 훈련이 됩니다.
문학 독서는 서사 구조를 따라가며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반면 비문학 독서는 사실과 주장, 근거, 인과관계, 비교·대조 등의 논리구조를 파악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판단력과 선택력, 즉 고차 사고력(higher-order thinking)이 길러지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문학 독서와 비문학 독서가 뇌의 다른 부위를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하버드대 뇌인지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문학 독서를 할 때는 주로 감정처리 영역(측두엽)이 활성화되며, 비문학 독서를 할 때는 전두엽(논리적 추론, 분석 기능 담당 부위)이 활발히 작동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한 북유럽 교육 시스템에서는 초등 고학년부터 논증적 글쓰기와 비문학 텍스트 독해 중심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습자의 자기주도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며, 한국에서도 최근 수능, 논술, 면접, 기업 채용 등에서 비문학 독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문학 독서는 감정과 직관을 풍요롭게 하지만, 비문학 독서는 논리적 사고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발달시킨다는 점에서 두 독서 방식은 근본적인 차이를 가집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더욱 강조되는 것은 후자의 읽기 방식입니다.
사고력의 시대, 논리 기반 독서가 만드는 경쟁력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 습득보다, 그 정보를 해석하고, 정제하며, 재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는 학교에서의 학습뿐 아니라, 사회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업무 처리, 기획력, 문제 해결 능력 전반과 연결됩니다.
바로 이런 능력들이 비문학 독서를 통해 체계적으로 길러질 수 있습니다. 논리 기반의 읽기는 인간의 뇌를 단련시켜 주며, 다차원적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이는 글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결국 말하기, 쓰기, 의사소통, 협업 등 전반적인 역량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기업에서는 복잡한 문서를 읽고 요지를 정리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고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독서량이 아니라, 읽고 사고하는 방식의 질적 전환입니다. 비문학 독서 능력은 결과적으로 직장인의 핵심 경쟁력, 학생의 미래 역량, 자기 계발의 실질적 도구가 됩니다.
결국, 독서라는 행위는 정보의 소비를 넘어서, 지식의 재구성과 의사결정의 능력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논리로 읽는 비문학 독서’가 자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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