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유튜브에서 새로운 개념을 접하고, 인터넷 기사와 SNS를 통해 사회의 흐름을 파악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손쉽게 얻는 정보들이 실제로 우리에게 얼마나 깊이 있는 ‘이해’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할 뿐, 그 정보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거나,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사고의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교육 환경에서도 여전히 ‘암기’ 중심의 학습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험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수많은 정보를 외우느라 밤을 새우고, 정답을 빠르게 고르는 연습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와 같은 실질적인 사고 능력이 자라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에는 ‘암기’보다는 ‘사고’를 중심으로 한 학습 방식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리고 그 사고력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요? 바로 비문학 독서, 즉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글을 읽고 해석하는 활동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본 글에서는 왜 지금 비문학 독서가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력을 키워주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비문학 독서는 암기 중심 학습의 한계를 넘는 핵심 수단입니다
전통적인 학습은 대부분 암기에 의존해 왔습니다. 특히 시험 중심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정보의 양을 얼마나 잘 외우느냐가 성패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인 효과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이나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인지심리학의 ‘전이(transfer)’입니다. 학습한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전이라고 하는데, 단순 암기 학습은 이 전이 능력을 거의 길러주지 못합니다. 반면 비문학 독서는 그 자체로 사고의 전이를 훈련하는 활동입니다. 다양한 주제의 정보를 접하면서도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중심 개념을 이해하며,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사고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과학 칼럼을 읽으면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중심 아이디어를 파악하고, 각 문단이 그 주제를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이해를 넘어 정보 조직력과 추론 능력, 그리고 비판적 판단력까지 포함된 사고 활동입니다.
교육학자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은 학습의 수준을 기억 → 이해 → 적용 → 분석 → 평가 → 창조로 나누었습니다. 이 계층적 모델에서 암기는 가장 낮은 단계이고, 비문학 독서는 분석과 평가, 창조적 사고로 넘어가기 위한 학습의 사다리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비문학 독서는 정보의 양이 아닌, 정보를 다루는 방식을 변화시킵니다. 사고력 중심의 교육 전환이 필요한 지금, 가장 효율적인 출발점은 바로 비문학 읽기를 통한 사고 구조의 재편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고력을 키우는 ‘읽기’란 어떤 독서를 말하는가?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고는 무작위로 생성되지 않으며, 특정한 자극과 훈련을 통해 길러집니다. 특히 비문학 독서는 사고의 구조를 명확하게 자극하는 독서 유형으로, 뇌의 논리 회로를 체계적으로 활성화시켜 줍니다.
비문학 독서를 통해 사고가 강화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 때문입니다.
- 논리적 정보 구조 분석
비문학 글은 일반적으로 서론 – 본론 – 결론 구조를 따르며, 각 문단은 중심 문장과 근거, 예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은 뇌의 논리적 처리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체계적인 사고 틀을 제공합니다. - 추론 능력 훈련
비문학 글은 모든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문맥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추론하고, 글쓴이의 의도나 관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는 핵심 과정입니다. - 비판적 판단력 강화
글의 주장에 대해 ‘왜 그런 주장을 하는가?’, ‘이 근거는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정보 수용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능동적인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의 본질입니다. - 정보 간 연결과 종합
여러 문단, 다양한 출처의 글을 통합적으로 읽고 비교함으로써, 서로 다른 정보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면적 사고, 즉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력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핀란드,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교육 선진국들은 초등 고학년부터 비문학 텍스트 독해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글을 읽고 쓰는 활동을 단순한 언어 학습으로 보지 않고, 사고력 교육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최근 교육과정에서 문해력,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강조하며, 비문학 독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독서가 사고력을 키우는가 아니면 단순한 소비로 끝나는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외우는 사람이 아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길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자란 세대는 외우는 데는 능숙했지만,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거나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지금의 사회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들로 가득합니다. 인공지능, 기후 변화, 글로벌 경제, 디지털 윤리 등 복합적인 이슈들은 새로운 사고, 융합적 해석, 비판적 판단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우는 능력보다는 생각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비문학 독서입니다. 비문학 독서는 단순한 독서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생각하는 연습, 문제를 정의하는 훈련, 의사결정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입니다.
또한, 비문학 독서는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회사에서 회의자료를 읽고 핵심을 요약하는 능력, 기획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뉴스를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 등은 모두 비문학 독서력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에 해당합니다. 삶 전체에 적용 가능한 ‘지속 가능한 사고 습관’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AI가 대량의 정보를 정리해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무엇을 믿고 판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사고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정보는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사람의 사고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단순히 더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사고하며 읽는 훈련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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