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筆寫)는 오랫동안 ‘정독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좋은 문장을 직접 베껴 쓰는 것만으로도 언어 감각이 생기고, 작가의 문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방법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정보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필사가 무조건적인 독서 효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비문학 독서에서 필사는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수동적인 독서 루틴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독서가들이 필사를 습관처럼 실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오히려 읽었던 내용 전체의 구조나 논점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정보를 받아 적는 데 집중했을 뿐, 의미를 재구성하거나 요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요약 없는 필사는 결국 기억과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독서로 남게 됩니다.이 글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