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독서법

필사보다 효과 좋은 요약 독서 루틴

큐리노트 2025. 7. 17. 20:24

필사(筆寫)는 오랫동안 ‘정독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좋은 문장을 직접 베껴 쓰는 것만으로도 언어 감각이 생기고, 작가의 문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방법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정보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필사가 무조건적인 독서 효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비문학 독서에서 필사는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수동적인 독서 루틴이 될 수 있습니다.

 

필사보다 좋은 요약 독서 루틴

 

실제로 많은 독서가들이 필사를 습관처럼 실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오히려 읽었던 내용 전체의 구조나 논점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정보를 받아 적는 데 집중했을 뿐, 의미를 재구성하거나 요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요약 없는 필사는 결국 기억과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독서로 남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필사의 한계를 짚어 보고, 보다 효과적인 ‘요약 중심의 독서 루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줄이거나 요점만 적는 방식이 아닌, 정보를 구조화하고 사고로 확장하는 요약 독서 루틴을 실천하는 방법과, 이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필사보다 요약이 효과적인 이유: 기억, 사고, 활용의 관점에서

필사는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요약은 글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언어로 정보를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이 차이는 기억에 남는 깊이와 사고 확장의 범위에서 극명한 차이를 만듭니다.

1. 기억력 강화에는 요약이 더 효과적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반복된 입력보다 능동적인 출력 활동이 기억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필사는 정보를 다시 입력하는 데 집중되지만, 요약은 글을 이해하고, 요점만 뽑아낸 후 자신의 언어로 재정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장기 기억에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실제 사례

  • 같은 지문을 필사한 학생과 요약한 학생에게 일주일 후 기억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요약 그룹의 정확도와 정보 유지율이 2배 이상 높았다는 실험도 있습니다.

2. 사고력 확장에도 요약이 더 유리합니다

요약은 단순히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전체 문장을 읽고, 그 안에서 핵심 주장과 근거, 예시를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사고 과정입니다. 글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중요도를 판단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비교나 대조를 포함해 다시 정리해야 하므로, 필사와는 차원이 다른 사고 훈련이 됩니다.

사고 강화 예시

  • 원문: “기본소득은 자격 조건이 필요 없는 새로운 복지 제도이다.”
  • 요약: “기본소득은 무조건적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보편 복지 시스템이다.”
    → 의미는 유지하면서, 사고력을 통해 재구성된 문장이 됩니다.

3. 응용력과 글쓰기 연결에 강한 루틴은 요약 중심입니다

읽은 글을 요약해 두면, 나중에 글쓰기나 발표, 문제 풀이에 활용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필사한 문장은 복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내용 전체를 구조화해 보기 어렵지만, 요약은 핵심 정보와 사고 구조가 함께 남아 있어 언제든지 꺼내 쓰기 유리한 형태로 저장됩니다.

요약은 단순한 요점 정리가 아니라, 정보를 압축하고 재조립하는 실전형 정리법이며, 사고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요약 독서를 실천하는 3단계 루틴 설계법

효과적인 요약 독서를 실천하려면 몇 가지 구성과 루틴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실제 독서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요약 독서 루틴 3단계 전략입니다.

1단계: 구조를 읽고 정리하세요 – 정보의 ‘뼈대’를 먼저 파악해 주세요

비문학 글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전개 구조를 가집니다.
① 문제 제기 → ② 주장 → ③ 근거 → ④ 사례 → ⑤ 결론

요약을 위해선 이 구조를 먼저 읽으면서 표시해 두거나 간단히 메모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조를 알고 나면 어떤 정보를 남기고 어떤 정보를 줄여야 하는지가 명확해집니다.

예시 메모

  • 주장: 공공의료 확대 필요
  • 근거 1: 민간병원 중심 의료비 증가
  • 근거 2: 저소득층 진료 접근성 낮음
  • 결론: 정부의 주도적 공공의료 개입 필요

2단계: 한 문단 한 요약 – 문단 단위로 핵심 문장을 뽑아 주세요

전체 글을 한 번에 요약하려 하면 정보가 뭉뚱그려집니다. 각 문단마다 중심 문장을 추출하고, 그 문장을 자신의 언어로 짧게 바꾸는 연습을 해 보세요.

실전 팁

  • 문단마다 ‘왜 이 문단이 존재하는가?’를 스스로 질문
  • 주제문 또는 결론 문장을 찾아 1줄로 바꾸기
  • 불필요한 예시나 수치, 반복 표현은 과감히 생략

3단계: 나의 생각을 추가하세요 – 요약 다음엔 확장을 연습해 주세요

진짜 요약 독서 루틴은 정리에서 끝나지 않고, 정보를 나의 사고로 전환하는 것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에는 짧게라도 ‘내 생각’을 써 보는 것을 습관화해 주세요.

질문 예시

  • 이 글에서 내가 몰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 내가 보기에 이 주장은 어떤 점에서 강점/한계가 있는가요?
  • 다른 글이나 뉴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나요?

작성 예시
“공공의료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단기간에 이를 실행하기엔 인력·예산 현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독서는 사고를 저장하는 가장 실용적인 독서법입니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독서’가 중요합니다. 필사는 여전히 의미 있는 독서 방법이지만, 특히 비문학 글처럼 논리 구조가 있는 텍스트에서는 요약 중심의 독서 루틴이 훨씬 더 높은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요약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글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정리하며, 사고로 확장하는 전방위 훈련입니다. 또한 한 번 요약한 글은 나중에 다시 읽지 않아도, 그 요약만으로도 전체 글의 맥락을 빠르게 복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부, 글쓰기, 말하기, 기획, 면접 등 거의 모든 실전 상황에서 막강한 무기가 되어 줍니다.

지금부터는 필사만 반복하지 마시고, 하루에 한 편이라도 짧은 글을 읽고 요약하는 루틴을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5분만 투자해도, 사고는 하루 종일 깨어 있게 됩니다. 요약 독서 루틴은 독서를 나의 자산으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